[Etc] 권미희 - 대부모은중경

첫째, 몸에 품어 보호해주신 은혜(懷耽守護恩,회탐수호은)
여러 겁이 거듭하여 온 무거운 인연으로
이제 이승에 다시 와서 모태에 들었네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서 오장이 생겨나고
일곱 달이 되어서 육정이 열렸네
한 몸의 무겁기가 태산과 같고
가고 서는 몸놀림에 바람과 재앙 조심하며
좋고 좋은 비단옷 모두 다 입지 않고
매일 단장하던 화장대에는 먼지만 쌓였네
둘째, 낳으실 때 고통받으신 은혜(臨産受苦恩,임산수고은)
잉태하시어 열 달 지나니
어려운 해산 날이 다가오네
아침마다 흡사 중병 든 사람같고
날마다 정신마저 흐려지고
두려움을 어찌 다 기억하며
근심하는 눈물은 가슴을 적시네
슬픈 빛을 띠우고 주위에 하는 말
이러다가 죽지 않나 겁이 나네
셋째,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신 은혜(生子忘憂恩,생자망우은)
자애로운 어머니가 그대 낳던 날
오장이 모두 열리고 벌어졌네
몸과 마음이 함께 기절하였고
피를 흘려 놓은 자리 양을 잡은 듯 하네
낳은 아이 건강하다는 말 듣고
그 기쁨이 배로 되었네
기쁨이 가라앉자 다시 슬픔이 오면서
아픔이 심장까지 사무쳐 오네
넷째, 쓴 것 삼키고 단 것 뱉아 먹이는 은혜(咽苦吐甘恩,연고토감은)
무겁고도 깊으신 부모님 은혜
베푸시고 사랑하심은 한시도 변함없이
단 것은 다 뱉으시니 잡수실 것 무엇이며
쓴 것만을 삼키셔도 싫어함이 없으시네
사랑이 무거우니 정을 참기 어렵고
은혜가 깊으니 슬픔만 더하도다
다만 아이가 배 부르기만 바라시고
자애로운 어머니 굶주려도 만족하시네
다섯째,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어머니 은혜(回乾就濕恩,회건취습은)
어머니 당신은 젖은 자리 누우시고
아이는 안아서 마른 자리 찾아 뉘시네
두 젖으로는 목마름을 채워 주시고
고운 옷 소맷자락으로는 찬 바람 막아 주시네
아이 걱정에 밤잠을 설치셔도
아이 재롱으로 기쁨을 다하시네
오직 하나 아이만을 편하게 하시고
자애로운 어머니 불편도 마다 하지 않으시네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乳哺養育恩,유포양육은)
어머니의 깊은 은혜 땅과도 같고
아버지의 높은 은혜 하늘과 같네
깊은 마음 땅과 같고 높은 마음 하늘 같아서
어머니 마음 아버지 마음 그와 같아서
두 눈이 없다 해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고
손발이 불구라 해도 귀여워하시네
내 몸 속에서 키워 낳으신 까닭에
온 종일 아끼시며 사랑하시네
일곱째, 손발이 닿도록 깨끗이 씻어주신 은혜(洗濯不淨恩,세탁부정은)
아아, 아름답던 옛 얼굴엔
아리따운 그 모습 소담하신 몸매
푸른 눈썹은 버들빛 같았고
붉은 두 뺨은 연꽃빛을 안은 듯
은혜가 더할수록 그 모습은 여위셨고
씻기고 빨다 보니 이마에 주름만 느네
아아, 아들 딸 생각하는 끝없는 노고
어머니의 얼굴에 잔주름만 늘었네
여덟째, 먼길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원행억념은)
죽어서 이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서 생이별 또한 고통스러운 것
자식이 집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타향에 가 있네
낮이나 밤이나 자식 뒤쫓는 마음
흐르는 눈물은 천 줄기 만 줄기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원숭이 울음처럼
자식 생각에 애간장 다 끊어지네
아홉째, 자식을 위해 애쓰시는 은혜(爲造惡業恩,위조악업은)
부모님 은혜 강산같이 소중하여
갚고 갚아도 갚기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단하면 어머니 마음 편치 않네
자식이 먼 길 떠난다는 말 듣기만 해도
가는 길 밤추위 실로 걱정되네
아들딸의 고생은 잠시 이건만
어머니는 오래도록 마음 졸이네
열째, 끝까지 사랑해주시는 은혜(究竟憐愍恩,구경연민은)
깊고 무거운 부모님의 크신 은혜
베푸신 큰 사랑 잠시도 그칠 새 없네
앉으나 서나 마음을 놓치 않고
멀거나 가깝거나 항상 함께 하시네
어머님 연세 백 세가 되어도
팔십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이 사랑 언제 그치리이까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비로소 떠나리
추천 0 비추천 0
- 이전글 : 배일호, 권미희 - 아우야 25-02-01
- 다음글 : 권미희 - 천수경 25-02-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